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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클라스/전시리뷰

[전시리뷰]네오 라우흐+로사로이 <경계에 핀 꽃>_Space K

by 클래스는 영원하다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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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K 전시관에 처음 간 것은 지난 헤르난 바스 전시 때였다.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5분 거리에 이렇게 커다란 전시 공간이 생긴 것에 감동받으며 들어갔다. 이번 라우흐 로사로이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때문에 페인팅전시를 훨씬 많이 보는데 코롱에서 운영하는 이 스페이스 k 공간이 점점 좋아진다.

나지막하고 특별한 형태의 전시공간을 보며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긋함을 즐길 때가 행복하기도 하다. 아..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라우흐의 그림을 일전부터 좋아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기회로 space K 전시로 보게 되어 기쁘다.
국내 미술관 환경이 2000년 중반에서 2010년 이후로는 회화에서 빠르게 미디어나 설치 쪽으로 옮겨갔고, 유행에 민감한 국내 환경을 뉴미디어아트와 설치만이 현대미술인 것처럼 호도한 것은 아닌가 질책하고 싶다. 이렇게 전통적인 페인팅을 구사하는 현대회화작가의 대형 전시는 가뭄에 콩 나듯 하던 차에 지난번 헤르난 바스 전시도 그렇고 K의 선택이 너무나 반갑기만 하다.

네오 라우흐의 대형작업

국내의 산업 규모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미술관을 찾는 발걸음도 많아졌고, 인스타를 필두로 한 소셜미디어의 예쁘게 나올만한 포토존, 사진 스폿 등으로 젊은이들에게 미술관을 찾는 것은 문화적인 우월 혹은허세를 보여주는 부분도 작용하였지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이랑 친숙해진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술, 벽에 걸린 회화를 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전시 관람행위인데, 과연 30평 아파트 얻기도 힘든 국내 가정집에 얼마나 커다란 벽이 있어 미술품을 걸고 작품을 소장하며 그것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우리는 부채나, 병풍, 공예품 등에서 자연스럽게 서예나 동양회화를 접하였고 간혹 액자에 걸린 매난국죽이나 산수화를 본 민족이기 때문에, 서양 회화를 집에 걸고 보아 온 것이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7-80년대생까지이야기이다. 결국 경제적 여건과 함께 문화적인 취향이나 의식이 갖추어져야 관람행위가 고취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쩌면 코로나-19 이후로 현재가 가장 포스트모더니즘이 완벽히 이루어진 시대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에서는 태블릿과 같은 디지털 뉴미디어로 다시 회화를 하며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 웹툰 등의 장르가 전통회화와 결합하고 재편되어버린 느낌이다.

뉴미디어와 미술의 흐름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전부터 좋아했던 라우흐 작업에 대해서 간단히 쓰겠다.
네오 라우흐는 서사가 담겨있는 대형 회화를 많이 제작한다.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독일의 민화나 설화와 같은 전통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네오 라우흐 회화의 장점을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캔버스에 담는다는 것으로 꼽는다. 그의 장점은 무엇인가?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디즈니나 픽사 애니메이션은 그 재질감이 뽀샤시한 빛과 색감으로 점점 대상에 대한 이해가 갖춰진상태로 완벽한 사실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것은 TV나 스크린 등에 맞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라우흐의 회화는 독일의 설화와 그가 겪은 전쟁, 현대시대의 모순과 부조리 등을 애니메이션처럼 상상력이 가미된 상태에서 전통적인 고전주의 형식의 기법부터 표현주의적 요소와 회화적 질감까지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고 있다. 또 그의 회화에는 이상하리만치 SF적 요소가 결합되어 보인다. 가끔씩 보이는 공룡이나 우주괴물과 같은 괴형체를 비롯하여 사람의 팔다리가 이상한 형상으로 바뀌어 표현되고 각각의 물건들도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것은 어떤 상징과 은유의 조합인데 유머를 자아내기도 한다. 각각의 작품을 보면 작품 속 풍부한 이야기와 형식이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짧게는 5년 사이 국내 젊은 작가들 사이에도 라우흐의 상징 은유를 조합하여 차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너무 직접적이기도 하고 적절하지 못해서 아쉬웠었는데, 미술관에서 원작의 오리지널에 대한 감동을 느낄 때마다 원작은 원작이구나 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 괴이한 그로테스크의 형태를 보라!

대형회회가 펼쳐진 1층 관람 후 전시장 2층으로 가면 라우흐와 로이의 인터뷰 영상을 틀어둔 시청각실이 있는데, 라우흐는 인터뷰에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의도가 없어 보인다. 나는 회화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언어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없다. <나도 그림을 그리고, 라우흐보다는 더 언어로 지시할 수 있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유는 그린다는 것 자체가 원초적인 것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우흐가 더욱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게다가 영어로 인터뷰하는데 영어를 쓴지도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어눌한 듯한 느낌은 물론 나만의 선입견이겠지만, 회화를 더 뒷받침해준다.

스페이스 k의 특별한 전시포인트- 지난 헤르난 바스 전때도 그랬었더라는...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퀄리티도 낮추고 직접 전시장을 찾는 분들을 위해서 4장만 올린다.
끝으로 라우흐 이야기보다 회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지만, 라우흐의 전시는 회화가 가진 수많은 힘 중 거의 대부분을 갖추었고 여전히 뉴미디어 사이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회화라는 점을 보여준 전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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