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초상은 가장 멋진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는 화가 중 하나인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벨라즈케즈, 벨라스케즈)의 교황 이노센트 10세(이탈리어의 발음으로는 인노센치오.. 정도.)의 그림이다.
미술대학 시절에 미술사 교수가 바로크미술을 설명하며 벨라스케즈와 티치아노의 테크닉을 한물간 오래된 환등기 프로젝터로 비교 설명하며 꽤나 열을 올리길래 그날 따라 나도 그림을 열심히 보았고 그 당시 처음 보았다. 당시에 보기에도 교황의 붉은 상의의 주름을 한 두 터치만에 분홍빛 하이라이트로 처리했다는 것이 느껴지며 정말 교수의 설명처럼 대가의 붓질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글쎄 나의 중 고등학교 미술책에 이 초상화가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최근의 미술 교과서에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오마주 겸 패러디 작품과 같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보고 또 봤다. 화집에 있는 이미지를 자주 보아 화집의 그 부분만 낡았다. 아직도 내 작업실에는 좋은 인화지에 프린트되어 있는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이 벽에 붙어있다. 마치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에 나온 어린 소년이 절간에서 몹쓸 변태짓을 하던 일본군을 몰래보고 기억에서 자꾸 떠올리며 도망가는 장면이나, 장 그르니에의 <섬>의 서문에서 알베르 까뮈가 그르니에의 <섬>을 혼자서 빨리 읽기위해 극찬을하며 품에넣고 열올리듯이... 나는 이 그림이 들어있는 화집을 품고 자주 돌아다니며 시간날때마다 보았다. 이 그림을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의 미나 긴장의 미를 좋아한다. 이노센트 10세의 얼굴에서 괴팍한 성정과 인자하게 보이려는 표정 예리한 눈매와 폭군의 느낌까지도 전해주는 미간 사이의 주름과 눈썹을 읽는다. 그러한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표정과 자세와 몸동작의 동선과 팔의 느러뜨림 화면 내의 배치와 화가의 시선과 관련한 구도에 맞는 붉은색 상의의 하이라이트 붓질 표현과 배경의 검붉은 갈색까지 모든 것이 인물을 뒷받침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본 후 한참 뒤에 알게 되었지만 정말 이노센트 10세는 성격이 급하고 일에 완벽주의적인 까다로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궁정화가이자 초상화가로 삶을 살았던 벨라스케즈는 펠리페 4세 시절 1650년을 전후로 이탈리아에 사절로 가서 교황 이노센트 10세를 그리고자 시도하였고 약간의 의심으로 탐탁지 않아하던 이노센트 10세에게 증명하기 위해 이노센트 10세의 이발사라든지 하인 등을 그려내어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시작하였다는 일설이 있다. 실제로 그림 안의 교황이 들고 있는 하얀 종이는 펠리페 4세의 서신이었다. 깨알 같은 포인트는 벨라스케스가 그 편지 부분에 자신의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은 이탈리아 로마의 갤러리아 도리아 팜필리 내부의 정성스레 만들어 갖추어진 방에 잘 모셔있다. 이 갤러리는 이노센트의 가족인 팜필리가 다양한 르네상스 그림을 콜렉션하며 이 궁전을 갤러리화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카라바지오 라파엘로 틴토레토의 작품 등 400여 점이 있다.
나는 운이좋게 이탈리아 로마에 있었다. 로마에 갈 기회가 생겨 최애그림이 있는 이곳을 첫 번째 목적지에 포함시켰고 럭셔리한 호화 궁전에 차려진 많은 컬렉션과 함께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이 그림은 팜필리 미술관에서도 최고대우를 받고 있었다. 교황 얼굴만 그린 습작은 위 이미지에 나타난 방까지 가기전 회랑에 다른화가들의 그림들과 걸려있었다.
이 방은 자신의 가문에서 나온 교황을 기리기 위해 특별실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조각상과 함께 방에 모셔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각상에는 그림에서 느낀 희로애락의 감정을 받쳐주듯이 아주 표독한 느낌의 인상을 짓고 있는 얼굴로 묘사되었다. 팜필리 미술관의 작품은 촬영 금지이다. 작품을 지키는 안내원도 있다. 당연히 촬영을 시도하려다가 아주 악센트 높은 이탈리아어에 혼줄이 났다. 그래 감상을 하자. 생각을 바꾸고 차분히 작품을 들여다 보았다. 같은 작품도 구글 등에서는 수많은 이미지로 치횐되어있으며 대비와 밝기 등이 보정되어있기 때문에 원본을 본 나의 소감은 매우 중후하다였다. 대비가 극적으로 튀지도 않고 다운되어있지도 않다. 색감 밸런스가 적절하며 인물의 인상과 눈빛 터치등이 그림의 분위기와 일관성을 갖추고 있다. 아 그래 이런 그림이었구나! 역시 좋은 그림이네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보면서 머물렀다.
도리아 팜필리는 특별히 미술관이라기보다 컬렉션을 모아놓은 오래된 궁전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이름도 팜필리 궁전 혹은 팜필리 갤러리로 불린다. 프랑스 역사학자 히폴리트 테인은 ‘한 번 본 사람은 잊지못한다.’라는 말로 역대 최고의 초상화라고 칭송한다. 벨라스케즈의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이 초상의 압도적인 유명세를 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로마에서 도리아 팜필리에 들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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