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2022/07/15-2022/09/08
전시작가: 파샤드 파르잔키아
전시장소: 파운드리 서울
파운드리 서울은 2022년 7월 15일부터 9월 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란 출신 작가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Ten Thousand Eyes 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대중문화, 이란과 서구 문화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끝없이 연결되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작품 세계를 17점의 신작 및 근작 회화와 25점의 드로잉을 통해 소개한다.
거침없는 붓 터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형태와 구성, 검정, 빨강, 파랑, 진한 핑크, 주황 등의 강렬한 색감으로 채워진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그림은 조형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새로운 미적 자극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시각적 세계의 풍부한 재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중첩시켜 독특한 장면을 구성한다. 보는 이의 경험이나 기억과 공명하여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이미지의 배열을 통해 작가는 “일종의 마인드 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속에 정체성과 소속감, 자유, 세계화 시대의 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아 왔다.
파르잔키아의 작품은 “문화를 넘나들며 사고하고, 양립 불가능한 문화를 한데 묶는 새로운 방법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품고 있다. 1980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파르잔키아는 아홉 살 때 이란 혁명의 여파로 가족들과 함께 덴마크로 이주하면서 이질적인 문화를 동시에 접하고 영향을 받았다. 13세기 신비주의 시인 루미를 비롯한 페르시아의 시 문학, 고대 페르시아 철학자 자라투스트라의 사상,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깊은 조예를 쌓는 한편, 새롭게 접하게 된 서구의 시각 문화와 대중문화, 특별히 피카소와 옌스 빌룸센, 아스거 욘을 비롯한 표현주의 및 추상표현주의 회화, 스웨덴의 시인 군나르 에켈뢰프의 초현실주의 시, 뉴 저먼 시네마 운동의 기수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밥 딜런의 시적인 노랫말에 크게 매료되기도 했다. 이토록 다양한 자극은 인간의 삶과 주위 세계, 그리고 이미지를 대하는 작가의 독창적 시선과 작업 방식, 회화적 언어의 근간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르잔키아가 경험한 여러 문화적 요소와 그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 안에 공존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이 상세히 소개된다. 조로아스터교 신화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불러오는 회화(<Mithra in Darkwater>(2022), <Ahura>(2022))와 고대 중동의 벽화를 연상시키는 드로잉(<Masked Ball 1-9>(2022))에서 전통문화와의 연관을 찾아볼 수 있다면, 영국 락밴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음반 커버를 캔버스 한 귀퉁이에 그려 넣은 회화(<Atlas and the Eye in the Sky>(2022))나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프린스의 무대 의상과 파스빈더의 대표작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2)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금발 머리 인물들의 초상화(<Prince in Black>(2022), <Figure in Green>(2022))는 서양 대중문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지식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상이한 배경에서 온 형상과 구성을 과감하게 한데 묶어 생경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화면을 구성해내기도 한다. 가령 터번을 쓴 사람의 옆 얼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Guardsmen>(2022)에서 그림 속 인물의 생김새나 옷차림은 고대 페르시아의 문화를 즉각적으로연상시키는 데 반해, 화면을 분할하고 그 위에 형상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구성은 서양 현대 미술이나 그래픽 디자인에 자주 등장하는 형식을 떠오르게 한다.
파르잔키아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자신만의 “의미의 사전(Lexicon of Meanings)”을 활용하여 상징들의 무한한 연상 작용을 촉발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그림에는 새, 불꽃, 사자, 눈 같은 상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작가 스스로 밝힌 문화적 영향들을 미루어 볼 때 그 의미를 유추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 루미의 시어에서 인용한 새는 공동체와 방향성을 찾아가는 움직임으로, 불꽃과 사자는 선을 행하고 악에 맞서 싸우라는 조로아스터 교의 가르침과 연관하여 이해할 수 있다. 특별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눈’ 상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두 인물의 대화 장면(<Negotiations Skills 1-5>(2022)),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Perspective Ocean>(2022)), 높은 벽에 달려 전시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형상(<Redeem>(2022))과 겹겹의 색깔 레이어로 된 가면들(<Eyes 1-3>(2022))에 그려 넣어진 또렷한 눈은 사람의 진실한 감정과 마음을 마주하는 일을 반복하여 상기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단일한 뜻에 고정해두기보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해석되어 새로운 이야기와 시각적 효과로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기를 선호한다. 파르잔키아에게 작업이란 반복되는 일상 바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문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상징들이 총망라된 두 대형 작품 <Ghostship>(2022)과 <Tension of Arrival>(2022)은 상징을 매개로 촘촘히 연결되며 새로운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작품들의 역동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전시 너머로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만 개의 눈’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파르잔키아는 무한함과 인간다움이라는 두 개념을 하나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고 해석하는 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을 무수히 많은 가능한 인식과 해석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래서 마침내 개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여정으로 초대한다.<파운드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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