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드미드미 바나나》
전시기간: 2022년 6월 17일(금)~7월 14일(목)
참여작가: 드미드미 바나나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디자인: 일상의실천
전시장소: 아마도예술공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8)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간지원협찬: AJOBYAJO, IMEMINE, SES, 영호룸, 태경원⠀
title: 《DemiDemi Banana》
period: 2022.6.17.(Fri.)-7.14.(Thu.)
artist: DemiDemi Banana
time: Tuesday-Sunday 11:00am-6:00pm
venue: Amado Art Space (Itaewonno 54-gil 8, Yongsan-gu, Seoul, Korea)
design: Everyday Practice
sponsor : Arts Council Korea
support: AJOBYAJO, SES, taegyoungwon, younghoroom⠀

2022년 6월 17일(금)~7월 14일(목)까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드미드미 바나나(DemiDemi Banana, 이하 DDB)의 첫 메이저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전시가 열린다. DDB는 데미 무엇(V, KB, G), 데미트리(B), 다이애나(Dr, V)로 구성된 밴드이다. 80년대 이미지와 사운드를 자양분으로 자란 데미 무엇과 다이애나가 2020년 2인조로 결성한 DDB는 이후 5장의 싱글과 2장의 인디 앨범을 발표한다. 이후 베이스 데미트리를 영입하며 발표한 팀의 7번째 싱글 의 후반부 안무가 틱톡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프로듀서인 판다를 만나 메이저 1집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전시에서는 이들의 첫 메이저 앨범 를 위해 리믹스된 곡들과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라이브영상,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증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경계가 사라진 숏폼 세계에서 레트로 팝이 가리키는 길
글. 하박국(영기획YOUNG, GIFTED&WACK Records 대표) 사이먼 레이놀즈(Simon Reynolds)의 『레트로 마니아 (Retromania)』가 출간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레트로 마니아』는 21세기의 ‘레트로’라는 현상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팽창하게 되었는지, 혹시 그게 팝의 종언을 가져오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당시 대중 음악 신에 만연하던 노스탤지어라는 감각과 과거를 재현하는 메커니즘이 ‘레트로 마니아’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지난 거다. 이를 기념해 사이먼 레이놀즈는 그동안 대중 음악 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긱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서 그는 “새로운 기술이 맞물려 과거를 열어젖히자 미래는 심각하게 멀리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시기의 가장 흥미로운 아티스트는 이 문제를 깨닫고 과거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같은 해의 일이다. 발단은 20초짜리 영상이었다. 어느 중년 남성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달리며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고 배경 음악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른다. 그는 이 장면을 틱톡을 통해 공유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타고 이 영상은 5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무도 이유도 모른 채 이 영상을 보고, 그가 부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좋았기 때문일까? 별 기교 없는 영상이 사람들의 진정성을 건드렸나? 그저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일까? 그가 부른 노래는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의 ‘Dreams’. 영상이 화제가 되며 곡을 따로 챙겨 듣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새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다시 등장해 12위까지 올랐다. 1977년 같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지 43년 만의 일이다. 드미드미 바나나(Demi Demi Banana, 이하 DDB)의 첫 싱글 ‘Driving With You’가 이 두 사건과 같은 해인 2020년에 발매되었다는 건 그저 우연일까? ‘Driving With You’는 70년대 팝에서 가지를 뻗어 80년대 사운드의 정수를 이어받은 90년대 인디 팝을 다시 2020년에 재현한 레트로 팝이다. 레트로의 레트로의 레트로. 역시 같은 해에 발매된 ‘다마스와 아저씨’는 이보다 더 노골적이다. ‘Driving With You’가 레트로의 흐름을 그대로 껴안은 팝이었다면 ‘다마스와 아저씨’는 80년대 신스팝을 고스란히 재현한 후 아버지 옷을 물려 입은 아들처럼 능청스럽게 구는 팝이다. 다음 해 DDB가 발매한 세 번째 싱글 ‘oh, Diana’는 이게 우리의 태도이고 자세라고 선언한다. 이쯤 되면 DDB는 레트로를 들려주고 있다기보다 레트로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사이먼 레이놀즈의 표현을 빌리면 “과거를 갖고 놀”다가 아무렇지 않게 과거가 돼버린 것이다.
밴드의 레트로에 생명력을 더한 건 베이스 데미트리가 영입되면서부터다. 실제로 그의 베이스 소리는 심장박동과 닮았다. (나도 과거의 한국 음악 평론을 재현해 봤다) 그의 영입은 밴드에 큰 분기점이 되는데 하나는 재현의 해상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가 구현하는 8비트의 댄스 리듬은 80년대의 댄스팝(신스팝, 뉴웨이브, 포스트-펑크)를 정확히 겨냥한다. 기존 DDB의 재현이 시간을 아무렇게나 설정한 타임머신이라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면 데미트리 영입 이후의 DDB는 80년대 댄스 플로어에 내비게이션을 맞춘다. 그전에 발표한 60년대’ 프렌치 팝을 향한 찬사 le parc pres de chez toi’나 70년대 뉴욕 펑크를 재해석한 ‘Sun and Mirror’과 같은 곡은 오직 여기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그의 영입 이후 달라진 가장 큰 또 하나의 변화는 밴드의 재현을 뛰어넘은 청자의 재현이 시작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누구나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 음악의 요소다. DDB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던 모양이다. 이들은 ‘mon blanc’의 후반부 댄스 튜토리얼을 만든 후 틱톡에 올려 밈의 주체가 되고 싶은 이들의 욕망을 끌어냈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를 만든 거다. 최근 따라 하고 싶을 만한 난이도를 가진 댄스 챌린지에 비해 DDB의 춤은 따라 하기 쉽다. 게다가 그들은 바이럴 대행사도, 인지도나 커다란 팬덤도 없는 인디 밴드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댄스 챌린지가 유행을 타게 된 건 후반부의 머리 돌리기 때문이다. 따라 하기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면 어딘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재현의 결과물을 바라볼 때와 과정에 참여할 때의 감각이 서로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 파트의 특징은 댄스 챌린지 튜토리얼을 만든 멤버 데미 무엇의 남들과 다른, 밝힐 수 없는 신체 구조에 기인한다. 덕분에 재현이 어려워 다양한 형태의 댄스가 탄생했다. 이러한 도전 의식과 그 결과물은 곡에 중독성을 더했고, 결과는 여러분이 아는 것과 같다. 이제는 동네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님도 DDB가 누군지 알고 하트 춤을 따라 춘다. 나는 지난주 발매된 DDB의 새 티셔츠를 구입하기 위해 ‘광클’했지만 실패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제 DDB는 뭘 해도 되는 밴드의 시기를 맞이했다.
지금 이 시기에 DDB가 프로듀서 판다(PANDA)와 만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제 그들의 음악은 뭘 해도 인디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메인스트림에서 소비될 것이다. 여기에 4인조 뉴웨이브 밴드 쿨피스(Cool Peace)를 성공시킨 전력의 판다만큼 좋은 파트너가 어디 있을까. (비록 이후 쿨피스는 해체를 선언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메인스트림화 하는 과정이 너무 괴로웠다고 증언했지만, 그게 모든 밴드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닐 테니까) 그래도 걱정이 안 될 순 없다. DDB가 보여준 재현의 디테일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DDB의 재현은 OLED 시대에도 브라운관 시대의 주사선을 고스란히 간직한 8비트 게임 에뮬레이터 같다. 오리지널의 정수를 지키기 위한 고집이 있다. 이 고집이 꺾이면 안 될 텐데.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판다가 프로듀싱한 이들의 메인스트림 데뷔 앨범 <delta intergrale>를 들어봤다. 앨범은 기존에 발표했던 싱글을 판다가 새로 프로듀싱한 메인스트림 버전으로 실려있다. 다섯 번째 싱글로 발표되어 인디 커리어의 중간을 차지하는 ‘manhole’로 시작해, 이들의 첫 싱글이자 첫 인디 앨범에 수록된 ‘Driving with you’, ‘다마스와 아저씨’ ‘A Product’로 이어진다. 나머지 곡 역시 모두 인디에서 싱글과 앨범으로 공개된 곡이고 신곡은 마지막 곡 ‘Sun Now’가 유일하다. 그들의 신곡을 기다려왔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DDB의 기존 작업이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들어도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지 다시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모든 곡은 판다의 프로듀싱으로 새로 메인스트림 버전으로 태어났다. 판다의 프로듀싱은 과거 레트로 게임을 최신 기술에 맞춰 리메이크한 듯한 뉘앙스다. 기존에 DDB가 인디라는 여건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시도와 실험이 판다를 만나 본격적으로 이뤄졌달까. 원곡을 알던 이라도 큰 이질감 없이 들을 수 있고, 모르던 이라면 전보다 가깝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다. 이곳은 메인스트림의 세계니까. 다만 매끈하게 다듬어진 모양새가 DDB의 ‘레트로’의 재현도를 선명하게 하기보다 흐리게 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할 것이다. 브라운관 TV의 주사선이 사라지고 밋밋한 LCD 화면이 자리 잡은 듯하달까. 이곳은 메인스트림의 세계니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여전히 아쉽긴 하다. 레트로는 DDB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판다를 만난 후 DDB의 커리어는 그런 의미에서 모순이다. 레트로의 레트로의 레트로에 천착하던 팀이 베이시스트를 만나 보다 구체적이고 또렷한 레트로의 세계에 발을 딛은 후 숏폼 콘텐츠의 세상에서 큰 인상을 남겨 히트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밟은 다음 행보가 기존의 음악에서 레트로를 지우는 것이라니. 마지막 곡이자 신곡 ‘Sun Now’는 여기에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보내는 답변 같다. 80년대 록 밴드에 신시사이저가 도입되던 시절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곡은 커다란 스케일과 현대적인 사운드로 레트로에 기반을 두고서도 더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만히 그들이 들려주는 세계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제 우리가 알던 DDB를 고수하는 아집과 이별을 새로운 DDB를 만날 수 있을 것도 같지 않은가.
사이몬 레이놀즈는 레트로가 팝의 종언을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레트로와 원본이 시공간을 초월해 같은 필드에서 싸우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팝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와 연애하듯 키스와 다툼을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레트로를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뛰놀던 DDB는 프로듀서 판다를 만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한다. 그들의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적어도 팝의 종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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