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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전시리뷰

[전시리뷰]<안드레아스 구르스키>아모레퍼시픽

by 클래스는 영원하다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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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미술공부를 할 때부터 좋아했던 사진 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전시를 보게되었다. 이 참에 아모레퍼시픽 뮤지엄도 처음 가 보았고 좋은 건물과 전시장은 보는 기분을 더 좋게 한 것도 사실이다. 구르스키는 독일의 다큐멘터리적, 유형학적 사진의 계보를 이어 베허부부에게 사사받으며 현대사진을 이끄는 인물이다. 비슷한 이미지 자체를 반복 재생산해내며 의미를 양산해내는데, 작은 이미지가 군집되어 큰 이미지로의 의미를 갖기도 하고 반대이기도 하며 반복 대칭 등의 베리에이션으로 감정을 절제하고 완벽한 사실과 조형에 부합하도록 작업하며, 현실을 있는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진가들을 유형학파라고 한다.  

무더운 평일 낮시간에도 뮤지엄에 전시를 보는 인물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자이크는 안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되는데...

 

아모레퍼시픽 뮤지엄은 공간과 규모가 대단하여 참으로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할 곳이다.

 

전시장 전면에는 구르스키, 영어식으로는 거스키의 전시타이틀을 그의 사진분위기와 같이 깔끔하고 정렬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뉴욕의 선물시장을 특유의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포착하였다. 그의 사진의 특징이 잘드러난 작품으로 나는 이런류의 사진을 보면, 인간군상이 무엇을 위해 저렇게 일하는가? 혹은 우리는 누구인가? 까지 여러 물음을 던진다고 생각한다. 

99cent로 널리 알려진 출세작이다.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현대사회의 풍조가 참 씁쓸하지만 이렇게 소개할 때 이 사진은 경매에서 한화로 40억가량의 가격을 기록한 사진작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물질, 자본, 현대를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가격또한 작품의 의미에 한 몫했다. 이후에 자신의 작품(라인강풍경을 찍은 ) 으로 이 작품가격을 또 경신하였다. 

완벽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후보정의 스케일이 상상이상으로 크다. 후보정은 사진 렌즈의 왜곡이 주는 비현실적 실재감을 절제하고 우리의 관념(즉 직선적이고 수평적인 것들, 위 작품을 예를들면 크루즈 호의 옆모습을 관조적으로 마주하게끔 직선적으로 후보정하여 가공하여)에 드러맞게 한다. 

즉, 크루즈호의 옆모습은 사실이기도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우리의 눈으로 크루즈호의 옆모습을 마주하면 그 커다란 스케일에 당연히 왜곡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하이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면 크루즈호의 옆모습을 왜곡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것이 현실이고 사실일까? 여러 물음을 던진다. 현실과 사실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어떤 이들은 구르스키의 작업이 추상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물론 전시장에도 구르스키는 추상성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말한 텍스트가 붙어있다.  

 

평양의 매스게임은 구르스키의 작업을 대변하는 좋은 소재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구르스키의 작품은 좋은 소재를 찾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다만 점점 최근으로 오면서 그의 완벽한 테크닉적 사진은 전환기에 있나하는 의문이 든다. 

이케아에 납품되는 바구니를 베트남의 작부들이 모여 수공업으로 작업하고 있다. 역시 그 현실 자체가 주는 압도감이 강력하고 사진의 스케일이 그것을 받쳐준다. 

메르켈이 등장한 두 시리즈, 위 시계가 있는 회화앞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합성된 것처럼 보이는, 조합된 최근의 회화경향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바넷뉴먼의 작품앞에서 토크하고 있는 독일의 역대 총리들, 이 작품을 가까이 보면 인물의 머리카락이 뉴먼의 추상화와 대비되어 매우 날카롭고 사실적이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직선적이고 집약된 대상들을 찍은 작품들이 좋아서 작가에 관심을 가졌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 작품앞에서 한참을 서서 감상하였다. 

디자인의 상징적 건물인 바우하우스를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수평 수직이 정확히 맞아있고 샤프니스가 날카롭게 느껴질 정도로 보정되어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갑지만은 않다. 

작품제목은 라인강 3 인데 이 작품도 감동적으로 바라보았다. 최근에는 작가는 여러 실험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위에 소개된 작품들과는 대비를 이루는 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이며, 이번 전시에도 몇작품 설치되어 있다. 또 마블의 영웅들이 합성되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간 너무 진지하고 빡세게 달렸나 ?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하는 코믹한 작업들이었다. 독일인들 특유의 진지하고 독할정도로 냉혹한 사실성을 드러내는 정서는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없게하는 면이 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구르스키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렇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떤 장면도 구르스키가 심혈을 기울여 촬영하고 보정한 진지한 테크닉들의 결과는, 테크닉 혹은 장인적 기술이 예술에서 무시되고 아이디어와 즉흥성 등의 기발함등이 판치는 현대미술을 접하다보면, 오히려 새롭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구르스키의 사진을 보며 잘 쓰여진 기술은 소재와 작품이 던지는 여러가지 메시지 그리고 그 종합으로 뿜어내는 철학을 담게 되고 수준높은 예술성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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